석굴암, 불국사 가는 길에. 찜질방 그리고 미역국이 왜 이래?
월정교 구경을 마치고 불국사 근처 동네에 24시 찜질방엘 갔습니다.
1박 정도의 짧은 여행길에는 따로 숙소를 정하기보다는 대개 24시 찜질방이나 24시 목욕탕을 이용합니다. 경험상 왠지 그게 편하더라고요.
몇 달 전에 밀양에서 그렇게 1박을 했을 때는 큰 낭패를 보았지만 말입니다. 대략 2달 전인데, 밀양에서 주택가에 위치한 24시 찜질방(?)엘 갔을 때는 밤새도록 찜질방 내부에 온기가 없었고, 옷장이나 목욕 시설이 곧 뜯어내고 교체하려는 것처럼 덜렁거리기까지 했거든요. 시골 도시라 그러려니 하고 잊었지요.
다행히 경주는 오래된 관광도시라 그런지 찜질방 내부 부속 시설이 깔끔하더라고요. 참 다행스럽게 생각했습니다.
간단한 목욕으로 장거리를 달려온 피로와 먼지를 털고, 찜질방으로 올라갔습니다.
그런데 헐~. 찜질방 시설도 깔끔하고 쾌적해서 기분이 좋아지려는데, 잠시 있으니 내부 공기의 썰렁함, 바닥의 온기 없는 차가움이 몸을 덮치네요.
전에 고속버스종합정류장이나 기차역 부근에 찜질방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서늘함을, 최근 2~3달 동안 뼈저리게 느겼습니다. 경상도 쪽 찜질방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요?
아무튼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고 불국사 아래 식당가에서 아침을 먹게 됐습니다.
지난 밤 저녁 식사가 그리 마땅치 않았던 기억을 하며 네이버에서 안심식당인 맛집을 찾아봤습니다. 왜냐하면 지난 밤 저녁에는 경주에서 꽤 유명한 지명이 들어간 식당에서 불고기백반 2인분을 시켰는데, 소고기는 모두 미국산이고 그나마 대패삽겹살처럼 얇게 썬 소고기가 10여 조각 들어 있었거든요. 다행히 먹고 싶지 않은 정도는 아닌 맛이었기에 저녁을 해결했습니다.
그래서 검색해보니 "전주 ⓧ ⓧ 밥상"이라는 그럴듯한 상호가 나오고 그 아래 "좋았다"는 이용자후기(?)가 나오더라고요. 전주 하면 음식맛 좋기로 유명한 곳이니 더 검색하지 않고 거길 찾아갔습니다.
영업을 시작하는 "전주 ⓧ ⓧ 밥상" 이라는 식당엘 들어가니, 저희보다 반걸음 앞서 온 노 부부가 먼저 식사를 하고 계셨어요. 두 분 중 한 분 식사에 미역국이 나와 있었고 아무런 말도 없이 잘 드시고 계셨지요.
저희도 간밤의 추위아닌 추위를 생각하며 미역국이 나오는 식사를 주문했고 미역국이 나왔어요.
그런데 미역국을 보자마자 좀 이상했어요.
미역국에서 온기가 전혀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더라고요.
그래도 앞에 어르신이 잘 자시고 계시니 의심을 멈추고 한 숟가락 떠서 먹었습니다. 아뿔사.
언제 끎인 미역국인지 미역국 한숟갈이 입에 들어오니, 온기는 커녕 찬기가 입안에 가득차네요. ㅠㅠ.
여름에 먹는 미역냉국을 제외하고, 차가운 미역국을 먹은 건 태어나서 처음입니다.
어쨋든 이미 한숟갈 떠 먹었으니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아침식사를 마쳤는데, 너무 어이가 없어서 계산을 하면서 간판에 얼굴도 나와 있는 사장님한테 물어봤습니다.
"여기는 미역국을 차게 먹는 풍습이 있나요?"
"아 예. 여기서는 일부러 차게 먹습니다."
띠용.
"전주 ⓧ ⓧ 밥상" 사장님의 대답에 옆에서 지켜보던 일행이 한마디 했습니다.
"세상에 누가 미역국을 차게 먹어요?"
이때까지 묵묵히 미역국을 드시던 어르신도 한마디 거듭니다.
"나도 이상했어. 미역국이 왜 이렇게 찬가? 했는데."
그러자 "전주 ⓧ ⓧ 밥상" 사장님이 강한 경상도 억양으로 언성을 조금 높이며 또 말대꾸합니다.
"그런 풍습이 있는 건 아니고요, 여름에 더우니까 손님들 더울까봐 일부러 보온을 적게해서 드린 거예요."
"보온은 무슨 보온이요. 보온통에서 나왔는데 이렇게 차가워요? 말도 안되는 소릴 하시네."
일행의 재반격에,
"전주 ⓧ ⓧ 밥상" 사장님이 군시렁거리는 투로 "그럼 진작에 얘길 했으면 데워서 갔다 줬을 거 아녜요."라는 말을 하기에, 이미 먹고 돈도 냈는데 더 얘기해봐야 말싸움이나 할 기세인 "전주 ⓧ ⓧ 밥상" 사장님을 빨리 안 보기 위해, 낮은 소리로 일행을 위로하며 서둘러 "전주 ⓧ ⓧ 밥상"이라는 식당을 나왔습니다.
그리곤 앞으로 또 경상도 쪽 여행할 때는 끼니 때 먹을 걸 준비해오기로 다짐하면서, 석굴암을 향해 출발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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